예전부터 글쓰기를 꽤나 좋아했고 부족한 실력으로나마 몇개를 끄적거리며 썼었다.
그 중 하드에 남아있는 몇개를 옮겨본다.
내가 그아이에게 하고싶었던 말들이 담겨있어서 꽤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이다.
스크룰의 압박이 있으니 more를 클릭.
#1
"야! 언제까지 이 형을 걱정시킬 샘이야?"
그 녀석은, 제가 때린 꿀밤이 아팠는지. 얼굴을 살짝 찡그리는군요.
"흐응, 형 미워! 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냐?"
나름대로, 그 녀석 투정이라고 부리는 것 같지만, 바라보는 제 마음은 찢어진답니다.
"휴, 말을 말자. 이 형이 오늘은 좋은 거 사왔다!"
"뭔데? 혹시……."
저 녀석 뭔가 기대하는 눈빛 인데 …….
저 녀석 그걸 기대한건가.
"야야, 너 아무리 나한테 형이라고 하지만! 네가 여자란 걸 잊지 마. 그런 거 따위 갖고 올 리 없잖아!"
실망한 듯한 녀석, 그러니까 넌 여자잖아?!
"쳇, 그럼 뭐야. 뭐 또 유치하게 인형이라던가. 그런걸 가져온 거라면.
안 받을래. 그런 건 형수님한테나 주라고."
"……."
"미, 미안. 괜히 형수님 얘길……."
"아냐, 형수님 곧 생기겠지."
잊은 줄 알았는데. 그녀석의 말 한마디에 무너져버렸다. 젠장.
#2
"김군, 힘들 텐데, 쉬엄쉬엄하게."
음료수를 건네면서 사람 좋게 웃는 아저씨.
"예, 헤헤. 일할 수 있을 때 해둬야죠."
"그, 동생 병원비 때문에 그런 건가?"
"아, 뭐 그런 것도 있지만. 하하, 뭐 미래를 위해서죠."
"원, 그래 쉬엄쉬엄해. 그러다 몸 상하겠네."
음료수를 마셨더니…….씨댕 미지근해.
"하하하, 그 녀석 문병 가는 날이 얼마 안 남았네."
#3
난 녀석의 병실로 들어갔다.
그런데 늘 보여야 하는 침대에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.
"어디 간 거야 이 녀석?"
그때 마침 녀석과 방을 같이 쓰는 아저씨가 들어온다.
"아, 자네 또 왔는가. 자네 동생 퇴원하던걸? “
"예? 퇴원이라니요. 퇴원은 보호자가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요? "
"뭐, 어떻게 퇴원한건지는 모르겠지만……."
"예 고맙습니다. 쉬세요."
가볍게 목례를 하고 난 급하게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.
"그냥 그 아이가 그렇게 말해달라고 하더군. 나중에 날 너무 원망 말게나."
#4
난 당장 안네데스크로 뛰어갔다.
그곳엔 자주 보던 간호사가 있었다.
"간호사! 그 녀석 어떻게 된 거예요?"
"네? 퇴원했는데요?"
"그러니까 그놈의 퇴원, 보호자 없어도 가능한거예요?"
"저, 그게……. 원장선생님이 허락하신일이라. 참, '형' 이라는 분오시면.
전해달라고. 이 편지……."
"네, 고맙습니다. 수고하세요."
난 한손에 편지를 쥔 채 뛰어나갔다.
"가여운 사람."
#5
난 서둘러 편지지를 뜯어서 읽어봤다.
' 형 형 형 형 형.
아니 이번만은 '오빠' 쯤으로 불러도 돼?^-^.
형 나 어디게? 헤헤, 나 ! 호주 간다. 호주!
부럽지? 당신 같은 가난뱅이는 꿈도 못 꿀 호주! 후하하하.
아! 미안, 내 병원비 대느라 그런 거긴 하지만…….
당신이! 너무 낭비벽이 심한 것도 있어!
아 이게 아니라;; 형 아니, 오빠 그동안 고마웠어.
나 좋은 사람 만나서, 호주가니까 걱정 말고 잘 지내.
바보처럼 나 죽었다고 생각 말고, 졸라 당당히 살란 말이야.
처음 만났을 때 내가 담배빵 한거 생각나? 큭.
바보 같았어, 정말…….히죽
멍청하게 어린여자애한테 당하고 말이야……. 호호
오빠, 나 오빠 생각 많이 할게, 오빠도 내 생각 많이 해라.
꼭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고.
가슴 큰 여자 만나라! 푸하하핫;;;
그럼 이만 줄일게.
-나를 위해 항상 바삐 움직인 그대를 위해. '
울컥
난 편지지를 구겨버렸다.
#6
이 녀석, 어떻게 된 걸까요.
정말 호주를 간 걸까요?
정말 간 걸까요?
나를 두고?
아니 나를 두고 간 것까진 이해할 수 있어요.
하지만, 정말 이 녀석 호주 간 게 맞을까요?
설마 잘못된 건 아니겠죠?
#7
바보 같은 오빠, 잘 지내고 있을까.
또, 나 만나러 호주 온다고 비행기 값 벌고 있는 건 아닐까?
나 오빠를 사랑해서 오빠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.
오빠는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.
오빠를 처음 만나던 날. 내가 오빠 사라져가는 뒷모습 보면서 했던 말.
"당신은, 다른 사람과 다른 것 같네 사랑해볼까……."
제길, 그냥해본소리였었는데.
정말 사랑해버렸어. 헤헤.
나 오빠 앞에선 남자처럼 굴기도 하고 그랬어.
내가 오빠를 사랑해도 되지만, 오빠는 날 사랑하면 안 되잖아.
그, 예전 애인도 있고 말이야.
사실, 나 오빠 잘 때 몰래 오빠 지갑에서 그분 사진 봤었어.
착하게 생기셨더라. 예쁘지는 않아!! 예쁜 거야 내가 더 예쁘지.
히히.
나, 사실 그다지 아픈 거 아니었어.
의사선생님, 우리 아저씨 그래 오빠한테 또 혼나겠네.
우리 아빠, 아는 분이야.
그래서 계속 입원할 수 있었어.
물론 오빠가 냈던 병원비는 전부. 내 통장에 모아놨지롱.
나중에 줄때가 오면 줄게 히히.
나, 아프지 않아 안 아프게 잘 지내고 있어.
그리고 오빠 생각조금밖에 안 해.
그러니까 오빠도 즐겁게 지내야 돼. 바보같이 멍청이 같이 있지 말고.
쳇.
또 담배피고 싶어지네.
오빠 앞에선 이제 안 피려 했었는데. 오빠 없으니까 펴도 되나.
#8
그 녀석을 만나기 위해,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.
호주라고 했나. 가는데 80만원정도 들 텐데.
제길.
모아둔 돈이 50만원쯤.
조금만 더 노력하자. 곧 그 녀석을 볼 수 있을 거야.
오는 비행기 값이야 거기서 벌지 뭐.
하루 빨리 보고 싶다.
이번에 만나면 꼭 혼내줘야지, 감히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려?
#9
오늘 왠지 그 사람이 올 것 같아요.
피해있어야지. 까르륵.
아차차, 옛날버릇이 나와 버렸네.
#10
이곳이, 캔버라?
이 녀석 꽤 좋은데 살고 있잖아!?
난 몇 주 전에 도착한 그녀석의 편지에서, 그녀석이 캔버라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.
물론, 그것도 우체국에 그 편지를 갖고 쳐들어가서.
어디서 보내온 거냐고 한참을 따져 물어서 얻어낸 결과지만.
어디 사는지 알아내자마자 바로 비행기 표를 구입했다.
여권과 비자 발급까지 모두 완료되고, 호주로 떠나는 난.
익숙한 이 기분.
뭘까. 대체.
#11
앗, 저기다.
일부러 찾아오라고 편지를 보냈더니.
오빠, 결국 찾아왔구나. 그것도 오늘.
어라? 저 멍한 표정 봐라 크큭.
서. 설마, 내가 있는걸 눈치 챈 건가?
안되겠다, 달려가서 내가 먼저 인사해야지.
#12
"오빠!!"
너 너 너!
"이소야."
"오빠 왔구나. 흑."
난 이소를, 꽉 끌어안아 주었다.
얼마만인지. 그녀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가서 꼭 안은걸 빼면.
거의 처음인 것 같다.
"어. 어떻게 지냈어? 거. 건강하지?"
이소 녀석, 눈물을 손으로 훔친다.
"응. 잘 지냈지. 몸이야 건강하구. 오빠도 잘 지냈어?"
"응. 나야. 잘 지냈지. 녀석 보고 싶었어."
"응. 그래 오빠."
녀석. 나한테 이제 오빠라고 하네요.
"너."
"응?"
"나한테 이제 오빠라고 하는구나?"
"어. 어? 그. 그랬었나."
녀석 얼굴이 빨개지네요. 하하하.
"너. 너. 담배는 안피지?"
"호호, 끊은 지 오래랍니다 오라버니~"
"어쭈?!이제 오라버니란 말도 쓸줄알어? 크큭 귀엽네."
"아이 오빠는……. 놀리지 마."
녀석, 못 본 사이에 많이 귀여워졌네요.
저, 이 녀석이랑, 함께 이곳에서 평생 살았으면 좋겠어요.
이 녀석 아프면 업어서 병원이라도 데려다 주고요.
이 녀석 배고프면 라면이라도 끓여주고 싶고요.
가끔은 이 녀석 위해서, 이벤트도 해주고 싶어요.
저 이 녀석 사랑하나 봐요.
이소야 사랑해.
#13
우리오빠,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.
내가 오빠라고 하니까 많이 당황 한 것 같아요.
아니 귀엽다고 까지 하네요?
부끄럽게. 자꾸.
오빠가 절 바라보는 눈빛이, 느끼하긴 하지만.
사랑스럽네요.
저 오빠랑 같이 평생 살고 싶어요.
오빠 아프면 옆에서 밤새도록 수건 갈아주면서 간호해주고 싶고요.
오빠 배고프면 이것저것 다 꺼내가지고 요리 해서 먹여주고 싶고요.
가끔은, 오빠를 위해서 다 관두고 바다 같은데도 놀러가고 싶어요.
예전에도 그랬지만, 저 아직까지 오빠 사랑하나 봐요.
어쩌면 평생 사랑할지도 몰라요.
오빠. 사랑해.
#14. End
결국 그 두 사람은, 호주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요.
오빠라는 사람은, 한국에서 노가다 경험이 많아서 쉽게 일자리를 구했어요.
이소는, 그 오빠를 위해, 요리를 배웠는데.
자질이 보여서, 돈을 모아 조그마한 음식점을 차렸어요.
두 사람, 조만간 결혼 한다고 하네요.
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.
#15.후기.
저도 이런 사랑이 해보고 싶습니다.